의료대란이 남의일인줄 알았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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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p> </p> <p>금요일 밤에 30개월된 아이가 친척집 소파에서 놀다가 떨어졌어요.</p> <p>뇌진탕은 없는지 주의 깊게 살펴 보니 혈흔이 살짝 있더라구요. </p> <p>피가 조금 났지만 살짝 긁힌것이겠거니 하고 집으로 오면서 혹시나 뇌진탕이 있지는 않은지 차에서 젤리도 주고 하면서 확인 해 보니 괜찮아 보였습니다.</p> <p>혹시라도 낌세가 이상하면 집 근처 세브란스 응급실로 가려고 집으로 가는 경로도 그렇게 잡고 확인 하면서 왔습니다.</p> <p>시간이 늦어 어둡고 원래 아이가 저녘 8시면 잠자리에 들어서 확인이 쉽지 않았습니다.</p> <p>집에 와서 보니 지혈은 되었는데 생각보다 피가 많이 난 것 같아 보였습니다. </p> <p>이때는 땀도 많이 흘렸거니와 하루 머리를 안 감아서 떡이져서 잘 못봤습니다.</p> <p>씻기기 어려워서 아침에 병원을 데려 가야지 하고 보니, 미세 출혈이 조금 있었습니다.</p> <p>상처위에 피로떡진 머리들을 풀고나니 날카로운데 긁히고 피가나서 딱지가 않은것 처럼 보였습니다. </p> <p>이때 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, 앞으로 닥칠 일들은 전혀 상상도 못했습니다.</p> <p></p> <p>토요일 아침이 되어 병원에 가서 다시 확인을 하니, 딱지는 있어서 출혈은 없지만 다시 벌어질 수 있어서 한바늘 정도 봉합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. </p> <p>피가 조금 뭍어 나오던게 아이가 움직일때 마다 조금씩 벌어져서 그런 모양이더라구요.</p> <p>그런데 영/유아는 봉합을 하려면 상위 병원으로 가야 한다네요.</p> <p>강북삼성병원으로 갈지 어떤 병원으로 갈지 물어 보시는데, 아이가 세브란스에서 태어나서 항상 상급병원은 세브란스를 다녀서 그리로 가겠다고 했습니다.</p> <p></p> <p>의사 선생님 진료 의뢰서를 들고 막상 세브란스 응급실에 가서 접수 하고 들어 갔더니 봉합을 못한다고 다른병원을 알아 보라고 하시네요. </p> <p>몇몇 병원을 소개 해 주시고, 119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근처 수용 가능한 곳을 알려 준다고 합니다. 그리고 반드시 먼저 치료 가능한지 확인을 하라고 하네요.</p> <p>이때 까지도 상황의 심각성은 크게 깨닫지 못했습니다.</p> <p>"아.. 요즘 분위기가 의사가 많이 부족하구나." 이정도 느낌이었습니다.</p> <p> </p> <p>세브란스에서 안내 해준 병원은 전화가 안되서, 일단 119에 전화 해 보니 이미 이런 사례가 많은지 병원 목록을 보내 주더군요.</p> <p>앰블런스를 불러봐야 병원에서 수용하지 않으면 시간만 낭비하니 수용여부 확인 하고 보호자가 직접 데려가는게 더 좋다는 권고를 받았습니다.</p> <p>첫번째, 두번째, 세번째 병원에서도 거절을 당하니 슬슬 걱정되기 시작 했습니다.</p> <p>대부분의 병원은 응급실과 통화 자체가 안되기 때문에, 직접 발품을 팔면서 찾아 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.</p> <p> </p> <p>일단 세브란스에서 알려준 병원을 갔더니, 일반인은 봉합이 가능하지만 영유아는 어렵다고 하네요.</p> <p> </p> <p>이제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.</p> <p>지도앱을 켜서 근처 대학병원부터 일반 병원까지 응급실이 있는곳은 다 전화 해 봤습니다.</p> <p>90%는 응급실과 통화가 안됩니다. 응급환자면 전화 없이 찾아오면 된다는 ARS만 귀에 못이 박히게 나옵니다.</p> <p>어쩌다가 연락이 되는 병원도 (성형)외과, 마취과 전문의가 없다, 응급환자가 너무 많다 등등 여러가지 이유들로 모두 수용불가라 합니다.</p> <p>아내도 119에 전화를 합니다. 똑같이 병원 리스트만 받았습니다.</p> <p>참고로 아내는 외국인이고 해외 대학병원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있었습니다.</p> <p>혹시나 다른 병원이 있는지 확인 해 보고 연락을 해 봐도 돌아오는 답변은 같습니다.</p> <p> </p> <p>아내가 울기 시작합니다. 이럴줄 알았으면 한국에 오지 않았다고, 한국 의료 시스템이 이랬었냐고..</p> <p>아내가 119에 다시 전화 합니다. 우리 아이가 피를 흘리고 있는데 당신들이 보내준 수용 가능하다는 병원에 연락 했는데 왜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냐고..</p> <p>119 요원도 흥분한 외국인과 통화 하려니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.</p> <p>제가 아내에게 진정하고, 그분들은 우리를 도와주려고 애 쓰시는 분들이고, 지금의 상황은 그분들의 잘못이 아니고 그분들도 피해자이니 그분들께 화내지 말라고 타일렀습니다.</p> <p> </p> <p>일단 어디든 가서 어떻게든 해 볼 생각으로 다음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 했습니다.</p> <p>제가 어렸을때 개구장이라 7바늘, 12바늘 동네 병원에서 많이 꿰메 봐서 드는 생각이, 이게 대학병원을 꼭 가야 하는 일인가 싶더라구요.</p> <p>예전에는 꿰메는게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겼는데, 도데체 이게 뭐라고 이런것 조차 안되는지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.</p> <p>지금의 상황에 화도 나고, 무기력한 자신에게도 화도 나고 만감이 교차 합니다. </p> <p>아침에 나왔는데 이미 시간은 오후 1시를 넘겼습니다. </p> <p>가는 과정에 여기 저기 의원급들을 찾아서 전화를 돌렸습니다.</p> <p>그 중에 한군데서 일단 와서 보고 가능하면 해 주시겠다고 합니다. 드디어 희망이 생겼습니다.</p> <p></p> <p>막상 가서 보니, 마취하고 해야 하는데, 선생님 혼자라 어렵겠다고 하시더라구요.</p> <p>아마도 마취과 전문의나 다른 전문의가 한명 더 필요 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.</p> <p>마취를 하지 않고는 가능하다고 하십니다.</p> <p>아내가 마취없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기겁 합니다.</p> <p>선생님께서는 요즘 세상이 세상이다보니 안하는게 낫겠다고 말씀을 거두십니다.</p> <p>요즘 극성인 부모들도 많고, 의료사고니 이런 컴플레인도 자주 뉴스에 나오니 잘 알지도 못하는 환자는 받지 않는게 당연히 낫겠지요.</p> <p>환자 하나 더 받아서 무슨 부귀양화를 누리는것도 아니고, 자칫 잘못하면 잘 다니던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피해가 가는 상황도 생길 수 있겠지요. 저라도 그럴거 같습니다.</p> <p>말씀만이라도 감사하다고, 이해 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.</p> <p> </p> <p>선생님께서도 안스러우신지, 마취를 못해서 애가 힘들어 해도 참고 할 수 있으면 해 주시겠다고 먼저 몇 군데 병원 연락 해 보고 1시간 안에 돌아오면 해 줄테니 그때까지 결정 하라고 하십니다.</p> <p> </p> <p>그래도 최후의 보루는 생겨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.</p> <p>다시 연락못한 병원들에 연락 해 보고, 통화가 안되는곳은 119에 연락해서 수용가능한지 확인 해 달라고 했습니다.</p> <p>결과는 수용 가능 한 곳은 한군데도 없었습니다.</p> <p> </p> <p>시간은 흐르고, 결국 마취없이 하기로 결심 했습니다.</p> <p>아내는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고, 모든 사람들이 들어와서 아이가 못움직이게 잡거나 옆에서 거들었습니다.</p> <p>처음 봤을때는 한두바늘 꿰메면 될 줄 알았는데, 막상 봉합을 하려고 보니 3바늘은 꿰메야 한다고 하시네요.</p> <p>아이가 울고 불고 고통스러워 하는데, 선생님께서는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, 잘 견뎌서 대견 하다고 계속 칭찬 해 주시면서 집도 하셨습니다. 저고 모르게 눈물이 고이고, 손발도 떨렸지만 움직이면 아이가 다치니 악착같이 잡고 있었습니다.</p> <p>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집도가 끝나니 다리에 힘이 풀리네요.</p> <p>참 별것도 아닌 일이라 생각했던게, 이렇게 드라마틱한 일이 될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?</p> <p> </p> <p>이것 저것 주의사항과 혹시나 아이가 뇌진탕 증세가 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요령도 알려주셨습니다.</p> <p> 지금 같은 상황에서 위급할때는 119를 부르는것 보다 보호자사 직접 환자를 데려가는게 받아줄 확률이 더 높다고 하시네요.</p> <p> </p> <p>선생님께는 감사하다고 인사를 몇번이나 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. 정말 구세주 같았습니다.</p> <p>아내는 밖에서 계속 울고 있었으니, 병원에 대기하던 환자분들이 도데체 무슨일이였냐고 물어 보십니다.</p> <p>환자분들, 약사님, 동네슈퍼 사장님, 이 동네 모든 분들이 친절해 보입니다. </p> <p>집으로 오기전에 슈퍼에 들러서 음료수 한박스 사서 드리고 감사하다고 다시 인사하고 나왔습니다.</p> <p> </p> <p>아이는 언제 아팠냐는듯이 잘 놉니다.</p> <p></p> <p>아무튼 말로만 의료대란이라고 생각했는데, 막상 그 상황이 되니 정말 심각해 진게 느껴지네요.</p> <p>특히 아이들은 의료공백이 더 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.</p> <p>아주 사소한것도 크게 다가 올 수 있습니다.</p> <p> </p> <p>모두 안전하게 몸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.</p> <p></p> <p> </p> <!-- 본문 끝 --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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